나는 수년째 커티 샥(Cutty Sark)을 만들고 있다. 선체를 만드는 것도 오래 걸렸지만, 돛을 다는 것도 상당한 시일을 걸려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모형을 만들기 위해, 나는 기본기를 익혀야했다. 그래서 훨씬 단순한 모형인 HMS Victory의 Bow Section 모델을 만들며 기본적인 선체를 만들기 위한 목공작업인 플랭킹(planking)과 돛대를 만들고 돛줄을 다는 리깅(rigging) 기술을 익혔다. 기본기를 익히면서 범선의 돛대를 고정하고 방향을 조정하는 원리, 돛을 펴고 접는 방법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커티 샥을 만드는 일을 재시작했다. 범선 중에 가장 빠른 범선인 커티 샥을 만들면서 범선의 규모와 이를 오롯히 바람의 힘으로만 운항하기 위한 돛의 복잡성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범선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들면서 간적접으로 나마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은 그 하드웨어를 운용해야 했던 인력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의 운영체제의 전문성과 복잡성이었다.
먼저 커티 샥이라는 범선의 하드웨어 부터 조금 더 상세히 알아보자. 커티 샥은 배의 길이가 85m 가량되며, 순등록톤수가 950톤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배였다. 가장 높은 돛대의 높이는 47m에 달했으며 3개의 돛대에 돛을 모두 달았을 때, 돛의 총 넓이가 3,000 평방미터에 달했다.
내가 놀랐던 것은 이 정도 규모의 범선을 운용하는데 28~35명의 선원이면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 숫자는 배에 승선한 요리사까지도 포함한 숫자라고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믿지 않았다. 나는 그 유명한 넬슨 제독의 기함인 HMS Victory에 약 800여명이 승선했다고 알고 있다. 물론 전함은 배의 운항뿐 아니라 함포 운용과 같은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승무원도 승선해야했기 때문에 일반 상선인 커티 샥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수의 승무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 차이는 너무나 극명해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범선을 운항하면서, 큰 돛을 몇개 다는 것보다 여러 장의 작은 돛을 높게 다는 것이 훨씬 돛을 조정하기도 편리하고 바람을 잡는데도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만들고 있는 커티 샥은 3개의 돛대에 5장 혹은 6장의 돛을 갖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