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24년 6월 28일 금요일

[창립기념일 특집 3편] 같이 일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 - 2024. 6. 29(토)

...

정말 할 말이 없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

나는 지난 주에 국무조정실의 조사를 받았다. 내가 하고 있는 과제의 계약기간을 파격적으로 단축시킨 사유와 준공처리가 적절한가에 대한 것이었다. 당연히 그 사유는 어이가 없었고, 적절하지 않았다.

나는 15억이 넘는 예산으로 우리 회사에서는 해본 적이 없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피치 못한 사유로 과제 기한이 연장이 필요했다. 과제 수행을 위해서 다른 기관의 과제 결과를 받아와야 했는데, 이 다른 기관의 과제 결과를 받아오는 것이 늦어졌다. 말 그래도 피치못한 사유였다.

2022년 하반기

나는 이러한 지연사실을 알게되자 마자 과제의 협약기한 연장이 필요함을 우리 회사를 담당하는 중앙관서의 담당관(손OO)에게 요청했다. 그 담당관(손OO)은 나에게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해주겠다."라며, 막말을 했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자, 우리 회사의 예산실장에게 다시 한번 요청을 부탁했다. 예산실장도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해주겠다."라는 똑같은 말을 듣고 돌아왔다. 2022년 10월 쯤이었다.

2023년 1/4분기

2023년 다행히도 담당관(이OO)이 바뀌었다. 이번 담당관(이OO)은 그래도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사유를 듣고 타 기관사례를 참조하더니, 2023년 하반기에 과제협약을 연장하는 절차를 밟자고 했다. 이 과정에서 2022년에 과제기한을 연장하지 않은 문제가 논의되었다. 여전히 같은 부서에 있던 지난 담당관(손OO)은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이번 담당관(이OO)은 옆에서 보고하는 것 다 들었다고 반박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 담당관은 상반기 끝자락에 타 부서로 발령이나 가버렸다. (제 정신인 사람이 이런 부서에 있겠는가..)

2023년 2/4분기와 3/4분기

같은 부서의 다른 담당관(김OO)에게 일이 넘어갔고, 새로운 국면으로 치달았다. 나는 같은 사유와 경과를 설명했다. 과제의 상황이 국가재정법 48조에 해당되어 근거도 있으니 과제협약 기한을 변경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

 제48조(세출예산의 이월) ①매 회계연도의 세출예산은 다음 연도에 이월하여 사용할 수 없다.

②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비의 금액은 다음 회계연도에 이월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월액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제2호에 해당하는 경비의 금액은 재이월할 수 없다. <개정 2020. 6. 9.>

1. 명시이월비

2. 연도 내에 지출원인행위를 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인하여 연도 내에 지출하지 못한 경비와 지출원인행위를 하지 아니한 그 부대경비

3. 지출원인행위를 위하여 입찰공고를 한 경비 중 입찰공고 후 지출원인행위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비

4. 공익사업의 시행에 필요한 손실보상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비

5. 경상적 성격의 경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비

③제1항에도 불구하고 계속비의 연도별 연부액 중 해당 연도에 지출하지 못한 금액은 계속비사업의 완성연도까지 계속 이월하여 사용할 수 있다. <개정 2020. 6. 9.>

④각 중앙관서의 장은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예산을 이월하는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월명세서를 작성하여 다음 연도 1월 31일까지 기획재정부장관 및 감사원에 각각 송부하여야 한다. <개정 2008. 2. 29., 2020. 6. 9.>

⑤각 중앙관서의 장이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예산을 이월한 경우 이월하는 과목별 금액은 다음 연도의 이월예산으로 배정된 것으로 본다.

⑥매 회계연도 세입세출의 결산상 잉여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따른 세출예산 이월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다음 연도의 세입에 우선적으로 이입하여야 한다.

⑦기획재정부장관은 세입징수상황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미리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따른 세출예산의 이월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개정 2008. 2. 29., 2020. 6. 9.>

그러나, 이제는 작년에 비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과제가 끝나지 않았으니, 2022년도 예산을 집행하지 못한 것도 문제며, 2023년도 과제기한을 연장하자니 2022년도 과제기한을 연장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었다.

결정적으로 예산 집행의 관행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드러나 버렸다. 국가재정법 제48조 제4항에 따르면, 연내에 완료하지 못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우리 회사와 중앙관서 사이에서는 과제 협약을 변경해야하며, 이때 중앙관서는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으로 이월명세서를 작성하여 송부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를 담당하는 중앙관서는 한번도 이 절차를 밟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되자, 이제 중앙관서의 팀장(OO윤)이 직접 나섰다. 팀장(OO윤)과 담당관(김OO)은 이월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이월을 한번도 하지 않은 그 모든 사실이 드러나게 되니, 내 과제도 이월하지 않게 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다른 과제들이 잘못하고 있었으니, 내 과제도 그 관행을 따라서 잘못하라는 것이다. 다만, 내 과제는 해를 넘겨서 예산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과업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료하라는 것이다. 나는 과거의 관행은 잘 모르고 한 일이니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고, 이번부터라도 고쳐야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 회사에도 문제가 있었다. 해를 넘어 수행하는 과제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 모든 과제들이 협약변경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회사의 내노라는 역대 기획예산실장들도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며, 국가재정법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경영부장(안OO)도 기획예산실장을 다년간 역임했다. 예산집행 매뉴얼이 매년 배포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아무도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팀장(OO윤)은 내 과제를 이월하지 않게 하지 않으면, 다른 과제들의 잘못된 관행에 대하여 감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월하지 않게 하려면, 과제 기한을 단축시키는 계약변경을 수행사와 할 수밖에 없었다. 팀장(OO윤)과 담당관(김OO)은 과제수행사에도 과제기한 단축 의사를 타진했고, 과제수행사는 불가함을 공문으로 통보(2023년 10월경)하기도 했다. 다른 과제들의 잘못된 관행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내 과제의 과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계약을 변경하고 준공처리를 하도록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2023년 4/4분기

내가 지속적으로 불가함을 피력하자, 팀장(OO윤)과 담당관(김OO)은 요청의 상대를 우리 회사 경영부장(안OO)으로 바꿨다. 경영부장(안OO)은 나에게 계약기한을 연내로 단축하는 행정절차를 밟으라고 압박했다. 우리 회사의 계약담당(OO휘)도 나에게 경영부장(안OO)이 요청하니 빨리 하라고 독촉했다. 나는 이들에게 과업을 못 끝낸다고 하는데 기한 단축을 하면, 나중에 준공처리는 허위로 하게되지 않느냐고 반박했지만 이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회사의 임직원행동강령에 따라서 원장(O나O)에게 보고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나는 이 과정을 "월급받기 참 힘들다 - 2023.11. 11(토)"에 담았다. 나는 할 수 없이, 계약변경 절차와 준공처리 절차를 밟았다. 일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돌아가자 과제원들은 과제에서 손을 놓았다.

계약변경 절차는 진행이 되었고, 용역수행사에서는 과업을 완수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약기한을 변경해야하므로 이면계약을 체결하자고 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엮이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용역수행사의 영업담당이 경영부장(안OO)과 직접 협의가 오고 갔다. 수행사에서 계약기간 단축안을 받아들였고, 준공계가 접수되었다.

2023년 1월

1월 17일, 과제수행사에서 기능시연을 했고, 나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준공검사서를 작성했다. 나는 이전에 자문을 받은대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지 않기 위해 완성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검사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준공검사서에 명시했다. 그리고, 경영부장(안OO), 경영지원실장(임OO), 검수담당자 등에게 작성한 준공검사서를 회람하고, 회의를 소집하여 그 경위를 설명했다.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그 준공검사서는 결제를 득했다.

며칠 뒤, 소동이 있었다. 경영부장(안OO)과 경영지원실장(임OO)은 준공검사서의 단서조항을 다 삭제하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완성된 허위 준공검사서가 된다고 항변했지만, 소용 없었다. 다시 하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용역비용이 다 지불되었다.

2024년 3월

경영부장(안OO)의 부적절한 업무추진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우리 회사를 담당하는 중앙관서에 투서를 넣었다. 중앙부서의 장을 포함하여 모든 과장급 이상에게 우편으로 투서가 다 전달되었다고 들었다. 투서의 내용은 우리 회사의 주요 사안들을 원장(안OO)이 아니라 경영부장(안OO)이 모두 결정하고 있으며, 정보시스템 이면계약 등 부적절하게 추진되는 업무를 추진하고 있어, 경영부장(안OO)을 파면하지 않으면 감사원 등에 추가적인 고발을 하겠다라는 것이었다.

2024년 4월

우리 회사를 담당하는 중앙관서에서 조사를 나왔다. 경영부장(안OO)은 조사에 임하는 지침을 지시했다. 지침이란 준공에 문제가 없었다고 조사관들에게 대답하고, 이면계약에 대하여 발설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수행사에게도 같은 내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거짓을 지시하는데 전혀 꺼리거나, 미안해는 기색이 없었다.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하면 안된다. 작년에 나 역시 손을 놓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중앙관서 조사에서의 논점의 핵심은 준공의 적절성이었다. 경영부장(안OO) 등은 적절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중앙관서에서는 우리 회사에 설치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적절하냐는 것이었다. 중앙관서에서 우리 회사에 설치여부를 점검하러 나온다고 하자, 경영부장(안OO)은 나에게 "우리 회사에 설치되지 않았는데, 준공이 적절한 사유를 만들어 내라",며 "밤을 새서라도 (과제 결과물을) 옮겨 놓아라"고 했다. 사유는 당신이 만들어야 하며, 밤은 당신이 세라고 받아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 원장(O나O)을 참조해서 차분히 항의하는 메일을 썼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화내지 않고 화내는 기법 중의 하나를 사용했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중앙관서의 여러 다른 과장들이 한두명의 담당관으로 부터 잘못된 요구를 받으면, 회사의 부장이나 원장이 중앙관서의 더 고위직과 상의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렇게, 중앙관서의 조사가 진행되었고, 문제는 덮여지는 듯했다.

2024년 6월

그런데, 투서를 넣은 사람은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차 국무조정실로 투서를 넣은 듯 했다. 국무조정실 조사관이 주말에 나에게 이목을 피해서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나는 그 연락조차 우리 회사에 보고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국무조정실 조사관들이 우리 회사로 감사를 나왔다. 감사 과정에서 감사관들은 내 진술이 그간의 기형적인 행정처리들과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며, 내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감사관은 경영지원실장(임OO)은 내가 용역과업이 모두 완수되었다고 해서, 그런줄 알고 용역비용을 집행했으며, 내가 작성한 준공검사서의 단서조항들은 자기가 삭제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러한 진술의 불일치는 말 맞추기를 했을 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했다. 이러한 감사과정에서 이면계약서가 드러나게 되었고, 모든 것이 드러난 지금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과정들을 겪으며, 어처구지가 없다. 회사에 위기대응을 위한 전략이란 없었고, 지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용기도,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총기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쇄신하고자 하는 끈기도, 그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리만 자치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의 수준이 이 지경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비겁한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나는 밤잠을 잘 못 이룰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인간 군상들의 보지 말아야할 면들을 너무 많이 보게되었다. 그들을 다시 봐야한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었다. 같이 일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

쇼펜하우어: 쓰레기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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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