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11년 9월 9일 금요일

꼬마 어른(리더의 조건 그 정확한 이야기) - 2011. 9. 10(토)

리더에 대해서 생각하다 어릴적 읽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리더의 조건"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글을 썼는데, 추석을 맞아 부모님댁에 와 어릴 때 읽었던 그 책을 찾아 다시 읽어보았다. 그 정확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꼬마어른 - "끝없는 이야기"(이훈종 엮음, 계몽사문고 106)에서 발췌

어떤 시골에 3대가 함께 사는 집안이 있었다. 자기네 논도 좀 있고 남의 논도 좀 부치고 지내건만 그 집안은 언제나 살림이 옹색하여 어른들 이마에 '내 천(川)자'(주름을 말함)가 가실 날 없이 늘 찡그리고 있었다.

어느 날 밤이었다. 어른들이 어려운 살림 걱정들을 하고 있으려니까, 열 살 남짓한 손자 놈이 엉뚱한 말을 하였다.

"우리 집에는 어른이 없어서 이 모양이에요!"

듣다 못해 아버지가 나무랐다.

"이 놈아! 할아버지가 계신데 그 따위 소리를 해?"

"할아버지는 어른 자격이 없어요!"

"이 놈, 아비가 있는데 그러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탓하였다.

"아버지도 어른 자격이 없어요."

"그럼 누가 어른 자격이 있느냐?"

"저나 할 만할까요? 다른 사람은 못 할 거여요."

"그럼 네가 어른 노릇을 해 보렴."

"흥, 그렇게 입 안에 밥알을 물고 강아지 부르듯 해서야 어떻게 어른 노릇을 할 수 있습니까? 제대로 시켜야지요."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시키는 거냐?"

"도데체 어른이라는 것은 말발이 서야 하는 거여요. 온 집안 식구며 동네가 다 그렇게 알아야 할 테니까, 사당에 고하고 제대로 절차를 밟으셔요."

그리하여 할아버지가 책력을 보고 좋은 날짜를 택하여 사당을 열고 조상님께 아뢰었다.

집안 살림을 바로잡지 못하여 이 형편으로 지내 오며, 조상 제사마저 그러게 될 지경이라, 이제 손자 아무개를 1년 동안 어른으로 모시기로 하였사오니, 조상 영혼들께서는 굽어 살피샤 많이 도와 달라고 아뢴 다음 절하고 물러났다.

그러자 손자가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와 향을 피우고 아뢰었다.

"어린 제가 집안 어른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맡았사옴은, 이 몸의 무능함을 돌보지 않고 오직 이 집안을 일으켜 보려는 한갓 참된 정성에서 나온 것이옵니다. 조상 영령께서는 저희 집안의 장래를 생각하시어 많은 도움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온 가족 수십 명을 차례에 따라 늘어서게 하고, 가훈(집안의 교훈)을 선언하였다.

"첫째, 식사는 제때에 먹는다. 만일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은 그 끼니를 굶는다.
 둘째, 언제나 밖에 나갔던 사람은 빈손으로 대문 문턱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세째, 날마다 잘 때는 이 집안을 일으키기 위하여 얼마큼 일을 하였나를 각자 스스로 반성하라."

이 세 가지 가훈을 모두 잘 지켜주기 바란다는 간곡한 부탁으로 식을 마쳤다.

모두들 무슨 대단한 것인가 하였다가 기껏 요것뿐이라 싱겁다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해 보니 수월하지 않았다. 버릇이란 무서운 것이라, 처음 얼마 동안은 식구 가운데 몇몇 사람이 가끔 끼니를 굶었다. 그러나 그것도 곧 습관이 되어 밥상을 차려 놓으면 온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 먹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부엌에 매달려 있어야 하던 여자들이 시간이 남아돌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마을 갔다 돌아오다가도, "하마터면 잊을 뻔했구나..."하고는 돌멩이든, 하다못해 지푸라기 하나라도 집어 들고 집에 들어섰다. 늘 들락날락 드나들며 노는 개구장이들도 신바람이 나서 아무거나 마구 주워 들였다. 그러는 중에 이왕이면 아무거나 주워 올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집어오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차차 목적 의식이 분명해져 갔다. 마침내 두엄 자리에는 거름 더미가 생기고,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개똥을 주워 들이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잔 돌멩이를 주워다 비에 팬 데를 메우고, 어른들은 큰 돌멩이를 주워 들여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 해 가을에는 울타리를 뜯고 돌담을 쌓았다. 이렇게 하여 온 집안이 씩씩하고 청신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약속한 1년이 지났다. 가족들은 그 동안의 지난 일을 돌이켜보고 만장일치로 꼬마 어른에게 다시 어른의 책임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였다. 꼬마 어른도 사양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새로운 계획은 따로 없었다. 먼저 번 세 조항을 더욱 힘써 실천하자는 그것 뿐이었다. 다시 또 한 해가 지나고 보니, 이젠 제법 집안 살림이 틀이 잡혔다.

"할아버지는 너무 늙으셨으니, 이젠 아버지께서 어른노릇을 하십시오. 그 동안 보셔서 많이 배우셨을테니까요."

* 리더의 조건: http://friend25kr.blogspot.com/2011/02/blog-post_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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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