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느지막히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다시 보았다. 얼마전부터 딸이 계속 인사이드아웃을 보고 싶다고 졸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너번은 다시 본 것 같은데, 역시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은 볼 때마다 새로 느끼는 것이 있었다.
이번에 느낀 것은 이렇다. 나는 최근 한 2년 사이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로 내면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들에 대해서 인사이드아웃의 주인공 라일리가 겪는 내면의 변화와 비교하면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인사이드아웃은 라일리라는 10대 소녀가 오래 살던 고향에서 큰 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겪게되는 기대와 실망, 그리고 이들로 인해 느끼는 감정적 격동과 내면적 성장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사춘기 소녀의 폭풍이 부는 바다와 같이 일렁이는 감정적 변화가 내면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잘 그려내었다.
큰 도시로 이사를 온 집은 기대한 집에 크게 미치지 못했으며, 집안에는 죽은 쥐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사 짐은 착오로 다른 도시로 가서 한동안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학한 학교에서 자기 소개도 망쳤다. 이런 일들이 사춘기 라일리에게는 자존감에 큰 상처이자 감정적 격변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런 이유가 이사를 오자고 한 부모의 책임이라고 라일리는 생각한다.
이런 감정적 격변이 기존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던 (유아적)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엉뚱한 장난을 즐기게 하던 엉뚱 섬이 무너지게 된다. 이런 내면적 변화는 이전에 좋아하던 부모의 원숭이 흉내에도 무뚝뚝하게 되는 행동의 변화로 나타난다.
사춘기를 지나며 내면적 급격한 변화는 줄어들긴 하지만, 결국 인생이란 이런 일들을 겪는 과정이다. 나 역시 최근 몇년간 회사에서 이런 일들을 겪었다. 나로 인해 드러난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내 인성이나 심지어는 말투를 문제삼으며 업무에서 배제해가기 시작했다. 검사원으로 꼬집어낸 일이 너무 큰 일임을 깨닿은 부서장은 나를 부서에서 내치기까지 했다. (부서장은 적은 처들어오지 않으니 월급 받으며 행복하게 살면 안되냐고 물었다. 그리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 앞에서 나를 내쳤다는 말까지 최근에는 해댔다. 본 부장은 내가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야한다고 한다. 나는 본부장에게 실수한 사람들에게는 주의 한번 준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내 내면 세계의 구조조정을 낳았다. 기존의 직장동료들에 대해 신뢰가 기본이던 내 내면은 불신으로 구조가 바뀌었다.
신뢰가 한번 깨진 사람들. 위기의 순간에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사람들에게 예전처럼 인사이드아웃의 기쁨이가 만들어내는 표정을 지을 수 없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되었다. 회사 회식비로 모인 술자리에서 다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은 모두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된 진실의 순간을 경험한 후, 신뢰의 섬은 무너진 것이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을 보며 내 내면의 변화도 비슷하게 일어났구나 하는 사실을 깨닿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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