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20년 8월 22일 토요일

불편한 진실 - 2020. 8. 23(일)

" 미스터 존스"라는 영화를 보았다. 스탈린의 공산주의에 대한 실체를 폭로한 영국인 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20년대 스탈린의 공산주의 실험은 유럽 지식인 사이에서 혁신적인 것이었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경제 체제라는 혁신적인 사상, 그리고 이 사상의 성공을 증명하는 놀라운 생산통계들, 이 번영을 바탕으로 한 무상 교육과 의료. 스탈린의 실험은 인류가 꿈꾸어 오던 유토피아의 실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환상은 주류 언론의 용비어천가식 기사들로 인해 더욱 현실감을 얻었다. 뉴욕 타임즈에서 모스코바에 파견온 월터 듀란티는 현장에서 들려오는 우려와 의심의 소리에는 귀를 닫고 스탈린에게 우호적인 기사들을 썻고, 퓰리쳐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모스코바에 주재 외신 기자들은 모스코바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존스라는 영국의 무명기자는 달랐다. 스탈린의 실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고,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우크라이나 지역을 직접 취재했다. (그의 어머니가 우크라이나 출신이기도 했다.) 그리고, 스탈린 실험의 성공은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혹독한 착취로 인한 것임을 깨달았다.

존스는 영국으로 돌아와 이를 알렸으나, 세상은 오히려 그를 미친사람 취급했다. 존스가 목숨을 걸고 취재해온 사실의 진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존스의 발표가 일으킬지 모르는 영국과 소련과의 외교적 마찰과 같은 것이 더 문제가 되었다.

존스가 취재해온 이야기는 조지 오웰의 유명한 소설 "동물농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로 부터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렸고, 이제 우리는 당시의 진실을 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존스는 내몽골을 취재하다 총을 맞고 30세가 되기도 전에 사망했다. 반면 듀란티는 90세가 넘는 수명을 누렸다. 그의 퓰리쳐상은 취소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한다.

나 역시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나는 검사원으로서 데이터를 고문해서 불편한 진실의 단면을 드러냈다. 근데 그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변죽만 울렸다. 문제를 파악도 못하고 양호하다는 검사결과를 내뱉는 다른 검사원들의 검사방식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최근 회사의 어떤 간부는 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나에게 그걸 깨닫는 기회를 가져보라고 까지 이야기했다.

나심 탈레브는 "스킨 인 더 게임"이란 책에서 사람의 잘못은 결코 말로 깨닫게 할 수 없고, 현실만이 할 수 있다고 썼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바보들. 존스도 그런 사람들과 일생을 살았고, 처절히 투쟁했다.  진실은 불편해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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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