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 이라도 뜨거운 사람 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이 다시 실려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하게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래쪽 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식나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이 발갛게 불이 켜고
구둘장 속이 얼마나 침침 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자는 처녀의 등 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보고 싶은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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