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16년 10월 20일 목요일

맥주 이야기 - 2016. 10. 28(금)

처음으로 술을 빚었다. 맥주를 빚었다.

처음 술을 먹었을 때를 나는 아직 생생하게 기억한다. 고2때였다. 집 근처 맥주공장을 다니시던 어머니 덕에 우리 집에는 늘 맥주가 있었다. 아버지는 술을 전혀 드시지 않으셨기에 우리 집에 있는 맥주는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그 중 한 캔을 순전히 호기심으로 따서 마셔보았다. 한 캔을 다 마시는데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전에도 술을 먹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술들은 마셨다기 보다는 맛을 본 것이었다. 술을 맛 볼때마다 그 느낌은 같았다. 막걸리, 소주, 청주 등 맛과 향이 다른 어떤 술을 맛보더라도 내 생각은 한결 같았다. 사람들이 도데체 무슨 이유로 술을 마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고통을 견디며 마셔야하는데, 도데체 왜? 그것도 돈까지 들여가며 사서 마셔야하는데 도데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맥주를 마셨을 때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고2가 되어 술을 한번 알아보자는 호기심에서 한 캔을 땄기에 그 비밀을 알아보고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억누르며 한 캔을 다 마셨다. 술에 취하는지 정신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술취하는 기분인가 했지만 확신은 들지 않았다. 그 기분 역시 그리 즐겁지 않았다. 술에 취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마시겠거니 하는 생각도 동의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술에 대한 호기심도 들지 않았다.

대학에 가서도 선배, 동기, 후배들과의 술자리는 즐거웠지만 술은 좋지 않았다. 술자리에서의 사람들의 떠들썩함이 좋았지 술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다, 맥주의 맛을 알게 되었다. 집 근처 있던 맥주공장, 어머니가 일하시던 그 공장에서 일할 때였다. 입대를 기다리며 휴학 중이던 때 잠시 맥주공장에서 이산화탄소 가스통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을 했다. 더운 여름 밖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에서 시원한 맥주를 일하는 사람들에게 마시라고 내어 주었다. 한 모금을 마셨는데, 갈증의 확 풀리며 몸이 맥주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 이후 맥주의 맛이 나에게 각인되었다. 하지만, 다른 술은 아직도 나는 즐기기 못한다. 소주는 마시려면 아직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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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