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 화요일

지식혁명 - 2024. 9. 25(수)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자면 신기함을 넘어 무서울 정도다. 방대한 자료를 학습한 여러 인공지능 시스템들이 변호사 시험 등 여러 전문분야의 시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하고, 심지어 미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역사를 비추어 최근의 이러한 성과들을 평가해보면 더욱 놀랍다. 오랜기간 동안 인공지능 기술은 도다를 수 없는 거의 "사기"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인간 두뇌의 신경망을 참조해 만든 딥러닝(Deep Learning) 등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열린 2016년의 바둑대회를 기점으로 그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받게 되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 경험은 구글이 만든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을 앞두고 동료들이 벌린 승부예측 도박이다. 이 도박에서 조차 압도적인 대다수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측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리고, 그 이후 인공지능 기술이 보여준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나는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생성형사전학습변환기(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GPT)를 거의 매일 쓴다. 주로 책을 읽을 때,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데 사용한다. 기존의 검색이 여러자료를 난잡하게 제시해주는데 비해, GPT는 대화형으로 검색결과를 정리해서 주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리고, 특히 유용한 경우는 영어 원서를 읽을 때이다. 내 영어 실력으로 해석이 되지 않는 영어 문장을 물어보면, 아주 훌륭하게 설명해준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구문이라던지, 미국이나 영국의 특정 사건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요약해서 설명해주어 큰 도움이 된다. 영어문단을 전체로 던져주면 한국어로 훌륭하게 번역과 요약을 해주기도 해 시간을 절약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인공지능 기술은 신약개발, 공장의 공정 효율화 등 분야에서도 큰 활약을 하고 있다. 단백질 간 상호 적합성이 높은 것들을 시뮬레이션으로 찾아서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활용되기도 한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CASP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을 찾아보기 바란다.) 공장의 공정데이터들을 분석해 사람이 찾아내기 힘든 개선점을 찾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특정분야를 학습하고,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인간 전문가를 능가하는 해결책을 찾아 제시해주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에서 감정, 피로와 같은 제한적 요소를 제거하고 지능에 기여하는 부분만 추출해낼 수 있는 "전자 뇌"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전자 뇌가 범용(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 일 필요는 없다.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학습모델과 학습 데이터, 이를 이 지원하는 컴퓨팅 파워만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으면 된다.

이러한 전자 뇌들을 생성하고 활용하는 기술은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나에게 과거 산업혁명 때 일어났던 변화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산업혁명의 핵심이 "밀링머신"이라고 생각한다. 밀링머신은 주축에 고정된 밀링 커터를 회전시켜 고정된 가공물에 정교한 구멍을 뚫을 수 있는 공작기계이다. 밀링머신의 발명으로 증기기관의 실린더나 대포의 화구를 정교하게 뚫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더 효율적인 증기기관을 만들 수 있게 되어, 광산이나 공장의 동력원으로 증기기관이 널리 이용되어 산업 생산성이 크게 증대되었다. 또한, 효율적인 증기기관은 기관차나 증기선에도 이용되어 물류에도 혁명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정교한 화구를 가진 화포는 생산성이 증대된 공장에서 생산된 물품을 기관차나 증기선에 실어 먼 나라들에 팔려나갈 수 있도록 시장을 확대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바로 영국과 청나라의 아편전쟁이다. 영국은 60마력짜리 증기기관 두기가 장착된 증기선인 네메시스호와 청 해군에 비해 압도적인 사거리와 정확도를 가진 화포로 아편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청나라를 영국의 아편시장으로 전락시켰다. (현대 아반테에 장착된 1.6L 가솔린 엔진이 120마력을 낸다. 이 정도 엔진이 장착된 증기선으로 청 제국을 몰락시킨 것이다.)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계를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의 발명으로 산업, 물류, 군사분야의 혁신을 이끌어 낸 것이다.

The Memesis in Action (Edward Duncan)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가져올 파급력은 어떠할까? 기계를 만드는 기계의 발명이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되었 듯이, 지식을 만들어내는 기계의 발명이 지식혁명을 이끌어 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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