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9일 목요일

의식이란 무엇인가? - 2024. 8. 30(금)

오늘 아침에 데이비드 이글먼이 지은 "더 브레인"이라는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은 우리 뇌에 대한 여러가지 기능과 특성들에 대한 좋은 입문서이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뇌에 대한 것들을 집대성 해놓은 책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새로이 깨달은 것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진 의식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일단의 과학자들은 우리의 의식이란 뇌의 창발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적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단순한 활동만을 하는 개미들도 충분하게 모이면 개별 개미들이 가지지 않는 복잡한 기능을 하는 집단이 된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도 단순한 기능을 하는 뉴런들이 충분히 모여서 의식이라고 하는 복잡한 기능을 하게되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나의 집단이 개별 기초 요소보다 높은 수준을 가지는 현상을 창발이라고 한다. 요즘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여러가지 창발성이 확인되고 있다.

우리의 의식이 뉴런 집단이 가진 뇌의 창발적 특성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깨어있는 뇌와 수면상태의 뇌를 비교하는 것이다. 수면상태에서는 깨어있을 때와 달리 의식이 없다. 의식이 있을 때는 뇌의 신경망들이 폭넓은 연결성, 즉 뉴런간의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의식이 없을 때는 그러한 연결성, 소통이 부재한다. 그러나, 연결성만이 의식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의식이 있으려면 충분한 연결성이 충분한 복잡성을 갖고 균형을 이루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창발성에 대하여 깨우친 바는 이러하다. 먼저, 나는 창발적인 조직에 몸담고 있는가?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다시 말해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개개 구성원들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발휘하고 있는가? 이를 통해 나는 나의 뇌를 발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 조직을 창발적인 조직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불가능하다면, 그러한 조직으로 옮겨가야하지 않을까?

내 생각은 조직에 대한 창발성에서 개개인에 대한 이해로도 옮겨갔다. 의식의 창발성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개인의 행동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의 허위준공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동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목격했고, 신뢰를 잃었으며, 많은 실망을 했다. (그 행동들 일부는 책임을 나에게 전가하는 행동들이어서 더더욱 그러했다.) 로버트 그린은 "인간의 본질"이라는 자신의 책의 인간 내면을 해독하는 단하나의 열쇠라는 제목의 서문에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뜻밖에 아주 야비하고 어의없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짜증내지 마라. 그냥 지식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라. 인간 성격을 공부하던 중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새로 하나 나타난 것 뿐이다. 우연히 아주 특이한 광물 표본을 손에 넣은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를 취하라."

그렇다. 그러한 행동들 역시 우리가 의식의 유래를 알 수 없듯이 그 유래를 알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일 뿐이다. 우리는 인간 의식의 한 특징인 이성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논리성과 합리성이란 의식, 그것도 고도로 훈련받은 의식의 제한적 특징에 불과하다. 심리학자들이 행한 일련의 논리시험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를 포함한 인간들이 합리적 결정을 할 것이라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진화적으로도 인간의 의식은 아주 최근에 나타난 특징이다. 인간의 뇌는 해부학적으로 파충류의 뇌 등 진화해온 역사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또한, 인간의 뇌는 상호 보완적이기도 하지만 서로 상충하며 갈등하는 여러 서브시스템들로 나누어져있다. 의식은 이러한 뇌의 여러 구성요소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한다.

내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동료들의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성은 그들이 이성적 능력을 고도로 발휘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내가 관찰한 혹은 나와 관여된 그들의 업무에 대한 태도나 입장은 그들에게는 "귀찮거나" 혹은 "중요하지 않은", 그래서 그들의 의식자원을 집중하지 않아 이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은 것이리라. 어쩌면 그들의 뇌의 서브시스템에 맞겨서 처리한 결과물이리라.

이렇게 이해한다면, 그들의 업무태도나 입장은 디지털 세대인 나에게게임의 NPC(Non Player Character)와 같이 행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나는 그들을 쇼펜하우어가 말한 특이한 광물표본을 발견한 광물학자와 같은 태도로를 취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어느 게임에서 만난 특이한 NPC를 경험한 게이머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도 있으리라.

의식이란 지적유연성이다. 의식의 지표는 갈등하는 뇌의 여러 서브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조율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의 안타까운 깨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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