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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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

새끼 구피들, 직접 해봐야 배운다 - 2023. 12. 1(금)

 


지난주 아들과 어항의 물을 갈아주다가, 새끼 구피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한마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러 마리였다.

아이들이 학교 과학실험부에서 한 해에 한번은 물고기를 받아온다. 그 물고기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받아온 플라드틱 컵이나 집에 굴러다니는 PT병에서 몇일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작년에도 해원이가 구피를 몇마리 학교에서 가져왔다. 약간의 먹이와 함께... 내가 어떻게 해주지 않으면 이들도 또 이전에 우리 집에 온 물고기들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이 뻔했다.

나는 당근마켓에서 오정동 어디에선가 사게 파는 어항을 하나 만원이 안되는 값에 샀다. 약간의 잔 모래와 가자 수초, 아치형 돌도 어항 주인이 같이 주셨다. 집에 가져와서 생수를 넣어주고, 구피들의 집으로 삼았다. 기포기가 있어야 어항 속의 산소농도가 유지될 것 같았다. 기포기와 여과기 설치를 고민하다가, 여과기만 사서 설치했다. 여과기가 물을 빨아들여서 물 밖으로 쏘아서 기포기 역할도 했다. 그렇게 1년이 넘게 구피들은 잘 살았다. 처음에 여섯마리던 구피들이 중간에 한마리씩 죽었지만, 네 마리는 지금까지 살아있다.

언젠가, 어항의 물을 갈아주는데 아주 작은 새끼 물고기들이 있었다. 구피들이 새끼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주에 새끼 구피 집어항을 사서 새끼들을 넣어주려고 했으나, 집어항을 사서 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어른 구피들이 새끼들을 잡아먹었다는 물증은 없으나, 이미 새끼들은 어항에 없었다. 넣을 새끼들이 없으니 집어항도 필요가 없었다.

얼마 후, 배가 불러오는 구피가 있었다. 곧 알을 낳을 것 같아서 집어항을 다시 어항 안에 설치하고 배가 부풀러 오른 구피를 잡아서 집어항에 넣었다. 한주가 지나도, 한달이 지나도 그 구피는 알을 낳지 않고 배만 부른 채 있길래, 비만으로 판정하고 집어항 밖으로 풀어 주었다. 그리고 집어항은 다시 방치.

이러는 중에 구피 한마리가 운명을 달리 했다. 어항 물을 갈아주는데, 뜯어 먹히다 만 구피가 한마리 있었다. 그러고는 구피들 알도, 새끼 구피도 발견되지 않길래, 암컷 구피는 다 죽고 수컷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운명을 달리하면 어항도 정리하려고 마음도 먹었다.

승담이가 학교에서 간간히 수초, 개구리알 등을 가져왔고, 이들을 어항에 넣었다. 몇달 전에 승담이가 작년에 바닷가에서 주워온 소라껍질이며 조개껍들 등도 어항에 넣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거기에 묻어있을 소금기가 구피들에게 해가 될지 몰라서, 수돗물이 씻어서 넣으라고 했다. 그렇게, 소라며, 구멍이 숭숭 뚫린 터널같은 껍질들이 어항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지난주에 어항 물을 갈아주는데, 아주 작은 새끼 물고기들이 보였다. 1년 넘게 방치되어있던 집어항을 다시 찾아다가, 한 마리씩 잡아다가 집어항에 넣었다. 한마리를 잡는데, 또 한마리가 보이고 총 다섯마리를 잡아다 넣었다. 한마리는 도저히 안 잡혀서 그냥 두었다. 이들은 구멍이 뚫린 껍질들을 덕분에 어른 구피들에게 잡히지 않고 살아남은 것 같다.

아... 임신한 집어항을 사고, 알을 낳을 것 같은 구피를 선별해서 집어항에 넣어주지 않아도, 새끼들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구피들 암수를 구별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내 나름대로 암컷과 수컷을 구별해봐도 다 틀렸던 것이다. 다만, 어항 환경을 자연환경처럼 많은 장애물과 길들을 만들어 주면, 그 속에서 새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었다. 구피를 1년 넘게 키워보며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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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