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12년 1월 3일 화요일

화폐가 정해주는 가치의 냉정함 - 2011. 1. 4(수)

소는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특별한 존재였다.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소는 우리들 아버지, 할아버지 인생의 동반자였으며, 자식을 키우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밑천이었다.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우리 할아버지 집에는 소가 있었다. 그 소가 있었기에 할아버지는 논과 밭을 갈아 농사를 지어 아버지 형제들을 키우고 공부시킬 수 있었다.

그런 소의 가치는 점점 떨어져서 이제는 송아지를 만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농부의 아들은 "만원하는 송아지를 쓰다듬으며 우시는 아버지와 이만원하는 피자를 맛있게 먹는 자신"을 비교하며 어릴 때 덜되게 태어난 송아지를 인공호흡을 해가며 살려내시던 아버지를 회상하는 글을 써서 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참고: 송아지에게 인공호흡을 하시던 아버지(오마이 뉴스, 2003. 12. 28) - http://goo.gl/rwDMW

만원하는 송아지와 이만원하는 피자. 피자가격보다 싼 만원밖에 하지 않는 생명을 가진 송아지! 이 극명한 대조에서 나는 화폐의 냉정함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렇다! 화폐 자체는 철저한 평등주의자로서 일체의 차이를 제거해버리는 것이다.

살아있는 송아지 한마리보다 한판의 피자가 더 가치있다고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가치의 척도로 삼고 있는 화폐와 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는 경제질서는 지금 한판의 피자가 살아있는 송아지 한마리 보다 더 가치있다고 평가하고 우리에게 그 평가를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장경제를 비판하며 FTA를 반대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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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