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에서 꽤 높은 임원이 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책 한권씩을 나누어주었다. '가르시아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얇은 책이었다. 미국이 스페인으로 부터 쿠바를 독립시키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에, 미국의 대통령이 쿠바 반군 지도자인 가르시아장군에게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를 르완중위에게 전달을 명한다. 르완중위는 가르시아장군의 소재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평은 커녕 질문하나 없이 그 임무를 맡아서 성공시킨다는 내용이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주어지는 임무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지 말고 (불평불만은 물론 어떻게 해야하는지 질문도 하지 말고, 임무완수에 대한 성과도 바라지말고) 어떻게 하든 알아서 성공시켜라"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과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책을 읽어보면 공감할 것이리라.)
이 책을 받은 하위조직 중 하나를 이끄는 한 '리더'라는 사람은 책의 내용이 너무 좋으므로 부장급이하 직원도 다 읽고, 느낀 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사실 자발적으로 읽었다면 "르완중위 처럼 업무에 사심없이 능동적으로 임해야지"하는 교훈을 얻었을 수도 있으나, 직장에서 '리더'라는 사람들의 권유로 읽은 이 책은 '시키는 일에 토달지 말고 어떻게든 알아서 좀 잘 해보라'는 강요아닌 강요였다. 바보가 아닌 일반직원들은 책을 반강제로 읽으면서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이 책이 일억부 이상 팔렸다니, 전 세계적으로 소위 손 안대고 코만 풀려는 '직무유기형 리더'인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같다.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일반직원들은 책을 읽으면서 느낀 불편한 심정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 자리는 모두를 위선자로 만드는 불편한 자리가 되었다.
얼마 후 그 임원은 전 직원들에게 지금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는 관심없으니 새로운 이슈거리를 찾아서 보고하라며, '골 넣는 수비수가 되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이 메시지를 받은 그 조직의 리더라는 사람은 그 메시지를 일반직원들에게 그대로 하달한다. 마치 일반 직원 전체가 르완중위가 되라는 듯이..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리더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 줄도 모른채..
이들이 리더였다면 일반직원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직원들에게 자신의 일을 양심없이 떠넘기는 "하청형 조직운영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제가 이런 말 할 자격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회는 많은 비굴함과 굴종, 순응, 침묵을 요구할 겁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꺾이지 말고 당당하십시오. 그러면 이 나라가 진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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