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첫 이사 - 이삿날편 (9. 13)

드디어 첫 이사를 했다. 이사업체는 대전의 한미Express로 정했다.

원래 계획한 일정은 9월 13일 오후 2시였다. (견적을 낼때, 이사업체 사장님이 오전에는 이미 예약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12일에 이사업체에서 오전에 이사예약을 했던 사람이 오후에 했으면 한다면서 오전에 이사를 하면 안되냐고 물어왔다. 나는 다른 건 상관없는데 가스철거를 위한 예약을 오전11시쯤에 해서 어떨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사업체에서는 가스철거는 아침 9시에 전화하면 기사가 바로 나오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길래 그러면 그러마라고 했다. 이렇게 이사를 9월 13일 오전 8시에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전날 장인, 장모님이 이사를 도와주시겠다며 와주셔서 든든하기도 했다.

이사를 하기전에 나는 미리 옷이며 그릇, 티벳에서 사온 카페트 등을 직접 옮겨 두었다. 이사할 것은 침대, 식탁, 책상, 냉장고와 세탁기 등 전기기기, 싸놓은 책, 깨지지 않는 금속성 냄비 등 이사할 짐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왠걸, 냉장고 부터 시작해서 구석구석 있던 짐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일년 내내있어도 한번도 손대지 않는 짐들이 너무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 필요없는 물건들은 정리를 해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데 역시나 어제 내가 걱정했던 대로, 가스기사가 늦었다. 빨라도 10시는 넘어야 올 수 있다고 했다. 9시 반쯤해서 다른 짐은 벌써 이사 차에 실렸고, 가스오븐만 남았다. 가스기사가 늦게 와서 오후 이사일정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이 내게 불평을 했다. 나는 어제 이삿짐센터 사장님과 했던 이야기를 아저씨들에게 해주었는데 옆에 듣고 계시던 장인어른이 그런 말까지는 안해도 된다고 하셨다. (난 좀 다른 사람이 내 잘못도 아닌 것에 대해서 내 탓을 하는 것에 대해 과민반응을 하는데, 이번 경우도 조금 그런 것이다. 나에게 너그러움이 더 필요하다는 단적인 예이다.)

이삿짐 중 그나마 좀 괜찮은 물건들은 대부분 결혼할 때 혼수로 새로 장만한 것들이라, 흠하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실으려고 꺼내놓은 가스오븐의 뒤 한쪽 귀퉁이가 벌써 찌그러진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펴보려고 손을 댔다. 그걸 본 이삿짐을 옮기는 아저씨가 원래 찌그러져 있어서 자기가 그나마 펴놓은 거라고 한다. 그리고, 세탁기를 옮길 때도 흠이 가지 않게 천으로 둘러싸기는 했으나 설치하기 위해 창틀을 넘길 때, 천으로 싸지 않은 부분이 창틀에 닿아 긁히게 죽 당겨버렸다. 이렇게 이사하는 아저씨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짐을 막다뤄서 속이 상했다. (이사하기 전에 몇만원 아저씨들한테 쥐어주며 좀 잘 해달라고 할껄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음 이사는 언제할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래야겠다!)

이삿짐은 생각보다 빨리 옮겨졌다. 12시가 되기전에 옮기는 것은 다 끝났다. 옮겨 놓으니 이제 정리할 일이 막막했다. 근처 청해루라는 근처 중국집에서 볶음밥일 시켜먹었다. 원래 근처 유명한 설렁탕집에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으나, 집 열쇠를 어디다가 두었는지 찾아지지 않아서 중국집에서 시켜먹기로 했다. 짜장면을 먹자는 장인어른께 아내가 볶음밥시켜드리라고 했다고 말씀드리면서 볶음밥으로 메뉴를 바꾸어 주문했다. 그런데, 볶음밥 2과 군만두 1을 시켰는데, 배달온 것은 볶음밥 1, 군만두 1 만 가져온게 아닌가? 배달하시는 아저씨는 요즘 점심때 혼자 식사하는지 한 그릇만 시키는 사람이 많아서 헷갈린거 같다시면서 얼른 하나 더 가져다 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이삿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화학선생님이신 장인어른께서 실험실 정리의 오랜 경험을 이삿짐 정리하시는데 발휘해주셔서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끝났다.

옮겨놓은 짐들
(왼쪽 아래에 장인어른의 무릎이 찍혔음)

출근한 집사람이 오후 3시쯤 일찍 퇴근을 하고 돌아왔을 때는 거의 큰 짐들 정리가 다 되었다.  이렇게 2달 가까이 집수리다 고생하고 신경쓰던 이사가 끝났다.

사실 나는 이사를 혼자서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께도 장인장모님께도 오셔서 도와주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솔직히, 장인장모님이 옆에서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고 이사에 대한 걱정이 많이 사라졌다. 이번 이사를 하면서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되는 것이 가족이구나하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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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