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무능함 - 2024. 11. 14(목)

"무능함이 너무도 심해 고의로 방해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소위 "허위 준공" 사건으로 2024년 10월 30일까지 감사를 받고 있었다. 감사부서는 우리 회사를 담당하는 중앙관서의 감사과였다. 허위 준공이 아닌 계약상 원 준공이 2024년 9월이었으므로 그 보다 한 달 정도 여유를 더 두어 감사기간을 10월로 정한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10월이 되어서도 업무가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는데 있었다. 내가 맡아서 하고 있는 과제는 "혼자" 잘 한다고 마무리되는 과제가 아닌 것이 문제였다. 소위 다른 기관들의 기존 시스템들과도 연동이 되어야 했다. 전달 받은 기술 문서에 따라 구현을 하고 시험을 해보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원인을 파악하려면 다른 기관의 운영 중인 시스템들을 분석해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

문제는 기술적인 것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회사를 담당하는 중앙관서의 장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영향일 미치는 듯했다. 감사부서 입장에서 현재 "장"의 임기동안 감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새 "장"을 맡이하게 된다면 감사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현 감사부서의 감사방향은 짐작컨데 이러한 것 같았다. 일부 절차에 문제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과업은 잘 마무리가 되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기술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에게 압박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의 경영지원실장(임OO)이 나에게 과제에 대한 최종 보안심사를 수행해야 하는 정부부처에 과업이 다 되지 않았지만, 심사 신청이라도 받아 달라고 부탁(?)이라도 해보라고 독촉했다. 우리 회사의 감사부서장(송OO)은 우리 회사 담당 중앙관서의 감사부서에서 심사 신청이라도 하면 그것을 근거로 과업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차마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 부처에도 올해 8월경 허위 준공에 대한 투서가 들어가 "허위 준공" 사실을 알고 있고, 그 부처의 담당관도 우리 과제의 기술적 문제들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부탁이 통할리 없다는 것이 나의 논리였다. 그리고 나는 심사 담당관이 이미 "이 상황"에서는 "더 FM대로 할 수 밖에 없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그런 부탁은 차마 할 수 없다고 임OO에게 명확히 했다.

임OO은 자기가 직접 심사 담당관에게 전화로 부탁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그러한 부탁은 전화로 하기 보다는 개발 현안 점검회의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쓸데 없는 충고였다.) 그리고, 임OO은 심사 담당관과 1시간 반 넘게 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심사 신청을 받아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괜히 확인한답시고 심사 담당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냥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임OO에게 능력이 대단하다고 치하(?)하면서, 협상한대로 해야할 절차를 따랐다.

자신의 놀라운 성과(?)에 도취된 임OO은 협상 결과를 우리 회사의 원장(O나O)과 경영부장(안OO), 우리 회사 담당 중앙관서의 감사부서장(O윤O) 등에게 열심히 알렸다. 그리고 그 결과를 믿은 감사부서장(O윤O)은 10월 말까지 되어있는 감사 기간을 연장하지도 않았다. (감사 방향 대로라면, 심사 신청 공문을 발송한 후에, 감사기간을 종료해야 했다.)

문제가 터졌다. 심사 신청을 받아 준다던 담당관이 "자신을 속였다며" 노발대발한 것이다. 허위 준공을 한 당사자들이 범죄를 저질러 놓구선, 해결을 위해서 자기도 가담시키려 했다며 노발대발한 것이다.

전화했다던 임OO과 노발대발한 심사 담당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이러한 것 같다. 임OO은 전화로 심사 담당관에게 기술적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이 되어, 단지 시험해서 확인만 하면 되는 정도로 남았다고 설명했고, 시험 담당관은 그렇다면 심사 신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후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연동 시험을 해야하는 또 다른 정부부처에 상황을 확인했고, 아직 문제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심사 담당관은 나에게 전화로 2시간 가량 항의했고, 나는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우리 회사의 원장(O나O), 경영부장(안OO), 우리 회사 담당 중앙관서의 감사부서장(O윤O) 등은 닭 쫒던 개가 지붕 처다보는 꼴이 되었다. 임OO은 심사 담당관이 말을 바꾸었다며 변명을 했고, 우리 회사 담당 중앙관서의 감사부서장(O윤O)은 우리 회사 원장(O나O)을 찾아와서 관련 자들 모두 징계주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나는 이들이 하는 짓(?)들과 돌아가는 꼴을 보며, 한탄했다. 상황을 이렇게 까지 악화시키는 이들의 무능함이 너무도 심해 고의로 방해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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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천재가 스스로 파멸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소름끼친다. 그리스 문학에도 이보다 더 비극 적인 것은 없다. 평범한 인간들이 한통속이 되어 견딜 수 없는 육중한 무게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를 자신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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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