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16년 12월 3일 토요일

해원이의 물고기 - 2016. 12. 4(일)

12월 2일 저녁. 다음날 새벽 비엔나 출장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해원이가 크고 작은 하트가 그려진 자주색 광택 색종이로 만든 물고기를 선물로 주었다.
"아빠 물고기야. 가지고 가"

출장 때 가지고 가라는 말을 해원이가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에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 해원이가 내일 출장가는데 데리고 가라고 물고기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내 짐에 챙겨넣었다.

다음날 아침 공항가는 버스 안, 비행기 안에서 물고기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해원이가 출장에 데리고 가라는 것도 내가 만들어낸 생각일지 모르는데, 점점 나는 해원이가 이 물고기에게 나를 지켜주라는 임무를 주었으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뭉툭한 네모난 몸통에 머리쪽과 꼬리쪽을 악간 오목하게 도려내고 만든 물고기는 묘하게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해원이는 커다란 점을 찍어 눈으로 백개까지는 안되겠지만 수십개의 반원으로 그린 물고기 비늘, 물고기 진행방향으로 짧은 선으로 꼬리를 마무리했다. 이들을 그리는 해원이의 왼쪽으로 기울어진 고개와 작은 손놀림을 상상하니 큰 딸에 대한 대견함과 애틋함이 뭉클하고 솟아 올랐다.

나는 어릴때 엄마 아빠에게 이런 선물을 해본 기억이 없다. 딸인 여동생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부모가 되어서 딸이 여물지 못한 손으로 얼기설기 만든 작품 선물이 이렇게 마음을 포근하게 해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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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