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

욕심을 비우면 마음보다 너른 것이 없고, 탐욕을 채우면 마음보다 좁은 곳이 없다.
염려를 놓으면 마음보다 편한 곳이 없고, 걱정을 붙들면 마음보다 불편한 곳이 없다.
-공지사항: 육아일기 등 가족이야기는 비공개 블로그로 이사했습니다.

2011년 6월 17일 금요일

러시아 출장 - 2011. 6. 18 ~ 7. 4

출장으로 러시아의 오브닌스크(Obninsk)를 다녀왔다.

오브닌스크는 모스크바에서 약 남서쪽으로 90km정도 떨어진 인구 10만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이 도시는 우리나라의 대전과 같이 국책연구소들이 모여있는 러시아의 과학의 도시로 불리운다. 이 도시에서 세계 최초의 민간 원자로(civil nuclear reactor), 러시아 최초의 원자력잠수함 등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모스크바와 오브닌스크

문제는 출장이 급하게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첫 해외출장이라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못가게 되는 줄 알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 경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IAEA에서 주최하는 6. 20(월) ~ 7. 1(금)간의 국제회의를 참가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IAEA의 회의 참가신청 마감이 5월 25일이었는데, 우리나라 정부의 전문가 추천을 6월 3일에 받았다. IAEA에서는 러시아 입국을 위한 비자발급 시간이 부족하는 등의 이유로 회의참가가 어렵다는 통보를 해왔다. 비자 등 발급을 직접 해결한다는 조건으로 6월 15일에서야 IAEA 초청장을 받았다.

이틀만인 6월 17일 금요일 저녁에 비자를 받았고, 6월 18일 출국을 할 수 있었다. 러시아 오브닌스크에서 만난 IAEA의 Mr. J. Knapik은 내가 그 짧은 기간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실장님 마저도 나를 러시아 오브닌스크 회의에 참가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차례의 배낭여행 경험과 대학원 시절 해외출장때 알아둔 여행사(제일탑항공사)의 도움도 컸다.

항공편은 러시아항공을 이용했다. 내가 너무 급히 항공편을 알아봐서 러시아항공(AEROFLOT)밖에 여분의 좌석이 없었다. 러시아항공 비행기에 대해서 너무 안좋은 평이 많아서 사실 이점도 걱정했다. 서비스가 좋지 않은 것은 상관없는데 비행기의 안정성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기우였다. 내가 탄 비행기는 새것이었으며, 각 좌석에 영화와 오락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다되어있었다.)

내 여행일정은 간략히 다음과 같았다.
6월 18일 12시 50분 출국 비행기 이륙 (한국시간)
6월 18일 17시         모스크바 도착, 모스크바에서 1박 (러시아 현지 시각)
6월 19일                모스크바 관광 및 오브닌스크로 이동
6월 20일 ~ 7월 1일 오브닌스크
7월  1일                  모스크바로 이동
7월  2일   ~ 7월 3일 모스크바 관광
7월  3일 21시 35분 입국행 비행기 이륙  (러시아 현지 시각)
7월  4일 11시         입국 (한국시간)

출장을 위한 비자와 비행기표가 확정되자 러시아 여행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가장 먼저 Lonely Planet Russia편을 샀다. 이 책을 사는 것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먼저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을 했었는데 도저히 출국전에 배송될 기미가 안보였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부탁하여 서울대학교 구내서점에서 구매하여 고속버스 수화물 서비스로 받았다.

이와 동시에 모스크바에서 묵을 숙소도 해결해야했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 계시던 분 중에 모스크바를 다녀오신 분이 있어서 그분께 물어보았더니 민박을 소개시켜주셨다. 한국인이 하는 "보금자리"(http://cafe.daum.net/mosbokumjari)라는 이름의 민박집이었는데 맛있는 아침식사를 제공해준다고 했다. 이 민박집은 한국의 인터넷전화번호(070-7683-5306)를 가지고 있어서 전화로 예약 바로 예약이 가능했다. 전화로 예약을 하려고 물어본 결과 하룻밤에 100불이라고 했다.

출장비가 넉넉하지 않은 나로서는 하루 100불은 부담되는 액수였다. 그래서, Lonely Planet Russia 편을 참조해 조금 저렴한 호스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여러 호스텔을 소개해주고 있었는데, 모스크바에서 "Godzillas"(http://godzillashostel.com/moscow/)가 가장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호스텔이라고 설명되어있기도 하고 다른 저렴한 숙박시설보다 가격도 비슷하기에 여기로 예약을 했다.

이렇게 모스크바까지 가는 비행기편과 모스크바에서 묵을 숙소까지 정해놓고 러시아 여행시 유의해야할 사항에 대해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러시아 여행시 유의사항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 할수록 두려움이 커져갔다. 거리의 소매치기와 함께 러시아 경찰도 조심해야하며, 동양인을 싫어하는 백인우월주위에 빠진 러시아인에게 폭행을 당한 사례들 등등. 외부인에게 호의롭지 않은 국가에 확연히 다른 외모를 가진 이방인인 내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지 점점 불안해졌다.

짐은 평소 내가 여행할 때보다 조금 많이 챙겼다. 모스크바의 6월 평균기온을 알아보니 우리나라 4월 말 5월초의 기온이었다. 모스크바는 내가 예전에 다녀온적이 있는 캐나다의 에드몬튼과 위도가 비슷해 기온도 비슷하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반팔과 긴팔 옷을 같이 준비했다. (막상 모스크바는 더워서 긴팔은 하나도 입지 않고 그대로 가져갔다 가져왔다.)

이렇게 사전준비를 한 후 6월 18일 13시경 러시아로 출발을 했다. 그리고, 러시아 현지시각으로 같은날 17시경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비행거리는 6900km, 비행시간은 9시간) 비행기 안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유럽을 가는 사람들이었다. 옆자리 않은 두분 중 한분은 이탈리아 다른 한분은 스페인으로 간다고 했다. 막상 모스크바에 내리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막 시작하는 설레임과 불안함이 묘하게 섞인 흥분을 오랜만에 다시 경험했다.

* 모스크바에는 3개의 국제공항이 있다. 세레메티예보(Sheremetyevo), 도모데도보(Domodedovo), 브누코보(Vnukovo) 국제공항이 그것이다. 나는 이중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출국할 때도 같은 공항으로 출국했다.

내가 타고온 비행기 (모스크바 공항)

일단 가장 먼저해야하는 일은 두가지였다. 환전과 숙소 찾아가기! 나는 러시아에서 쓸 돈을 유로화로 바꾸어 갔다. 공항 짐 찾는 곳에 작은 환전구가 있었는데 1유로에 39.50 루블로 환전을 해주었다. (미화 1달러는 27루블 정도) 시세를 좀 보고 환전을 하려고 일단 그곳에서는 환전하지 않고 공항출구쪽에서 조금 낮은 환율(유로당 39.20루블)로 100유로를 환전을 했다. (유로화는 점점 환율일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환전할 때 환율은 유로당 39.85가 되었다.)

모스크바에는 국제공항에서 지하철과 연결되는 Express Train(승차권 가격 320루블)이 있다.  이 기차를 탔으나 내가 어느 지하철역에 내리게 될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기차안 맞은편에 앉은 러시아인과 처음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마침 그분은 영어를 약간 할 수 있었다. (나중에 내릴 때보니 커다란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내리는 걸 보니 방송사에서 일하는 분 같았다. 기차에서 내려 지하철 역 입구를 몰라 찾는 나에게 모스크바 시내까지 태워준다고 하셨으나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고, 모스크바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을 깨우칠 필요도 있어서 그분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분의 도움과 지나가는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내리게 될 역을 겨우 알아내었다.

Express Train

문제는 또 있었다. Godzillas 호스텔의 홈페이지에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호스텔까지 찾아오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었는데, 여기에는 Savelovkaya 지하철 역에서 갈아타 세 정거장 후에 내리라고 안내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Express Train이 모스크바 지하철과 만나는 역은 벨로루스카야(Belorusskaya)역이었다. 처음에 이 역에서 Savelovkaya역으로 이동한 다음에 세 정거장을 갈 생각으로 Savelovkaya역을 Lonely Planet Russia편에 나와있는 모스크바 지하철 지도에서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것을 찾은게 Savelovkaya역이었다. 그래서 호스텔 홈페이지의 안내를 무시하고 Lonely Planet Russia편에 실린 지도를 바탕으로 스스로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길은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고 체콥(Chekhovskaya)역에서 좀 걸어서 호스텔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모스크바 지하철 지도

호스텔까지 찾아갈 길을 정하는 사이 기차는 내가 내릴 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한 40분정도 밖에 안걸렸다.)

Express Train 역

그런데 왠걸 막상 역에서 빠져나오니 지하철을 타는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Express Train에서 만난 방송국에서 일하는 듯한 남자분이 방향을 일러주어서 겨우 찾아 지하철을 탔다.

Express Train과 지하철 표들

* 공항에서 모스크바까지 올때는 Express Train과 지하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표를 350루블에 샀는데 이게 붉은색 띠가 있는 표다. 모스크바에서 공항으로 갈때는 Express Train 표만 샀는데 이때는 그냥 영수증 같은 표만 주었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생각보다 깊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그리고 묘하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풍겼다. 지하철은 배차간격이 상당히 짧았고, 한대를 놓치더라도 2-3분 안에 다음 차가 왔다. 지하철은 상당히 흔들렸으며 시끄러웠다. 지하철이 한참 시끄럽게 달릴 때에는 귀를 막는 러시아인이 있을 정도다. (지하철은 한번 타는데 28루블이었다.) 러시아어를 전혀 할줄 모르는 나는 지하철 갈아타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실수를 몇번 한 끝에 겨우 터득할 수 있었다.

모스크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모스크바 지하철

모스크바 지하철 내부

러시아어를 전혀 할줄 모르는 나는 지하철이 정차한 역을 세는 방법으로 지하철 역을 이용했다. 벨로루스카야(Belorusskaya)역에서 두번째 정차역인 Tverskaya역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무작정 육상으로 나왔다.

Tverskaya역에서 내려 무작정 나온 거리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난 맥도널드

무작정 거리로 나온 나는 가장 먼저 숙소로 방향을 잡기 위해서 현재위치가 지도상에 어디인지를 알아내야 했다. 거리 표지판에 적혀있는 거리명인 듯한 글자를 찾아 한동안 서서 Lonely Planet에 있는 지도를 뚫어져라 처다보았다. 그러기를 한 10분쯤 한 나는 결국 포기하고, 좀 순해보이는 러시아인에게 다가가 지도를 가르키며 현재위치와 숙소로 가기위해 가야하는 방향을 물었다.

러시아 사람 참 무섭게 생겼다! ㅠㅠ
길을 물어보려면 순게 생긴 사람을 한참 찾아서 물어본다.
순하게 생긴 사람을 겨우 찾아 물어보면 영어를 못한다. ㅠㅠ
겨우겨우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으면 나처럼 길을 모른다. ㅠ.ㅠ
스빠시바(욕이 아니다. 러시아말로 감사하단 뜻이다.)

Godzillas Hostel 찾아간 길

Godzillas Hostel로 가는 길에서 본 교회

숙소로 가는 길에 조금 한적한 곳도 있었다. 그런 길을 걸을 때면 불안한 마음에 뒤를 자꾸 돌아보게 되었다.

정말 운좋게 거리명을 지도에서 잘 찾아 숙소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저녁 7시 전후해서 도착한 것으로 기억된다.) Godzillas Hostel 건물 앞까지 와서 입구를 못찾아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외국인 둘이 자기도 처음에 입구를 못찾아서 헤맸다면서 입구를 알려주었다.

Godzillas Hostel 입구

Godzillas Hostel Reception

Godzillas Hostel의 직원은 매우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방을 배정받고 호스텔 이용에 대한 안내를 받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처음 묵은 방은 10인 실이었는데 (하루에 약 20불 정도 했다.) 한 명만 투숙해 있는지 창가쪽 1층 침대에만 짐이 있었다. 나는 맞은편 창가쪽 1층 침대를 내자리로 정하고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한국에 전했다. 가져온 라면으로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방에서 쉬었다.

얼마 있으니 내 침대 맞은 편 침대의 주인이 돌아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는데 미국인 여자였다. 직장때문에 유럽에서 살고 있는데(살고 있는 도시를 이야기해주었는데 잊어먹었다. 이름도 들었는데 잊어먹었다. 어디다가 기록해두었어야 하는데..) 곧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돌아가기 전에 베낭여행을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하는 도중에 여자분이 베낭에 가지고 있던 맥주를 나누어주길래 마시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숙소에서 적응하지 못한 시차와 이제 막 시작한 모험에 대한 설레임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전날 자정 넘어서 잠을 이루어 새벽 5시를 전후해서 잠을 깨었다.

씻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호스텔의 안내데스크에 가서 가장 먼저 모스크바에서 오브닌스크로 가는 기차의 일정표를 확인했다. 거의 한시간 반 간격으로 자정가까이 까지 기차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 오브닌스크로 떠나기 전에 반나절정도 모스크바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Lonely Planet Russia편에서 추천하고 있는 Walking Tour 코스를 따라 걸어보기로 하고, 아침을 챙겨먹고 준비를 해 아침 7시쯤 호스텔을 나섰다.

첫날의 Waling Tour 코스


지하철도 호스텔 가까운 역을 이용하지 않고 모스크바 거리도 조금 더 볼겸 지하철 갈아타는 것도 피할 겸해서 갈아탈 필요가 없는 역(Lubyanka역)까지 좀 멀리 걸어가서 탔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모스크바 거리를 둘러보며 여유를 즐겼다. 그렇게 걷는데 지나가는 허름한 차들이 타라며 빵빵거리기도 했다. (Lonely Planet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는 대부분의 차가 그냥 택시가 된다고 한다. 관광객을 태워서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모스크바 거리를 혼자서 걸었다. 간혹 눈길을 끄는 건물이 있으면 지도를 들여다보며 뭐하는 건물인지 찾아보기도 하며 Lubyanka역까지 걸어갔다.

호스텔에서  Lubyanka역까지 산책

모스크바 거리의 한 교회

볼쇼이 극장

백화점(?)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Lubyanka역은 매우 한산했다. 지하철 상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며 역 구내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람대신 지하도에 비둘기가 내려와 있었다.

모스크바 지하상점 (문열기 전)

한산한 모스크바 지하철(일요일 아침)

Kropotkinskaya역에서 내렸더니 러시아 정교회의 웅장한 대성당(The Cathedral of Christ th Saviour)이 기다리고 있었다. 1800년대 후반에 지어진 이 대성당은 높이가 114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정교회의 교회라고 한다.

일요일 예배가 있는지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꽃을 들고 대성당으로 들어가곤 했다. 대성당에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반바지를 입은 이교도인 내가 그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아 꾹 참았다.

The Cathedral of Christ th Saviour

The Cathedral of Christ th Saviour

The Cathedral of Christ th Saviour

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에서 시작해서 Kremlin 앞 다리를 통해 모스크바 강을 건너면서 강건너편의 Kremlin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 처음에는 그것이 Kremlin인지 몰랐었다.   낯선 풍경에서도 삼성과 LG의 낯익은 광고판들이 눈에 띄어 반갑기도 했다.

모스크바에서 만난 삼성과 LG

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다리를 건너 Bolotnaya섬을 지나 강을 건넜다. Bolotnaya섬에는 Red October 초콜릿공장과 Peter the Great 동상이 있었다. Red October 초콜릿 공장은 말 그대로 초콜릿을 만드는 공장이었으나 역사적 유산들이 가득한 모스크바 시내 한가운데 공업시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결정이 내려져 지금은 주거시설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공장의 간판이나 굴뚝들이 그대로인 채 주거시설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생소했다.

멀리서 본 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

Peter the Great

Moskva River

Moskva River

Moskva 강을 따라 내려가다 조각공원(Sculpture Park)쯔음 왔을 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되돌아가기로 했다. 비를 흠뻑 맞으며 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 앞 보행자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넜다.

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 앞 보행자 다리

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 앞 보행자 다리에서 본 Kremlin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쏟아지는 비때문에 호스텔로 돌아갈 때는 아침에 왔던 길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갈아타기를 시도해야했다. 엉뚱한 곳에서 한번 내려 돌아오기도 하면서 어떻게 물어물어 호스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인 Tsvetnoy Bulvar 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Tsvetnoy Bulvar 역에서  호스텔까지 찾아가는 길을 몰랐다. 상당히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가 쏟아지는 거리를 한참을 돌고 돌아 겨우 호스텔로 돌아갈 수 있었다.

호스텔로 돌아와 일단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다행히 나는 러시아에 올때 방수가 되는 등산 자켓을 가지고 와 흠뻑 젖지는 않았다. 호스텔의 내 방(1층 10인실)에 들어오니 다른 투숙객들은 다 어디론가 가고 없고 어제 같이 맥주를 마신 미국 여자분만 있었다. 이 분은 오늘 Vnukovo공항을 통해 유럽에 있던 나라로 돌아갈 계획인데 마침 공항가는 Express Train과 연결된 지하철 역이 Obninsk로 가는 역과 같은 Kievskaya 역이라서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이 여자분에게 Tsvetnoy Bulvar 역에서 호스텔까지 가는 길을 배웠다. (자기는 초행에 운좋게 이 길을 발견했다고 한다.) 다행히 호스텔을 나올 때는 비가 그쳐 있었다.

Tsvetnoy Bulvar 역에서 호스텔까지 가는 길(미국 여자분이 알려줌)

이 여자분은 다행히 모스크바 지하철을 갈아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때 환승방법까지 배웠어야 하는데 나는 나중에 혼자서 깨우쳤다.) 이분을 따라 무사히 Kievskaya 역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둘다 점심을 먹지 않아 기차표를 산 다음에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으나 미국 여자분의 기차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점심 먹기로 한 것은 그만두고 헤어졌다.

나는 근처에 있는 Obninsk 행 열차가 출발하는 역사로 갔다. (Kievskaya 지하철 역 근처에는 공항으로 가는 Express Train 역, 그리고 Obninsk 행 기차역이 각각 있다.) 문제는 Obninsk로 가는 기차표를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기차역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기차표 사는 방법도 알아낼 겸 혹 물어볼 적당한 사람이 누군지 물색하기 위해)

결국 혼자서 알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옆에 있는 소녀에게 Obninsk로 가는 법을 물어보았다. 다행이도 이 소녀는 엄마와 함께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 소녀는 16살로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지 내가 하는 말을 대강 알아들었다. 하지만 영어를 말하지는 못했다. 이 소녀가 기차표를 나 대신 사주었고(내가탄 열차는 일반열차로 기차표는 280루블이었다. 이보다 비싼 고속열차도 있다고 한다.) Obninsk까지 나는 이 소녀와 엄마와 함께 여행했다. Obninsk까지 약 한시간 반가량 걸렸는데 나는 이들 모녀와 함께 "초간편 러시아어" 책을 가지고 책에 나와있는 문장과 단어를 조합해가며 대화했다. 이 소녀는 모스크바에 있는 부모님과 떨어져 학교를 Kaluga에서 다니는데 어머니가 데려다주는 길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나와 나이가 같았는데 우리나라 회사인 삼성에서 일한다고 했다. (어머니의 나이가 나와 같은데 딸의 나이가 벌써 16살이라니 정말 놀라웠다. 우리 우주는 이제 한살인데..) 소녀의 이름은 안젤리카?라고 했고 어머니의 이름은 나타샤라고 했다. 모녀와 함께 러시아어 완전 기초책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한시간 반이 금방 지나갔다. 기차는 금방 Obninsk 역에 도착했고 소녀는 나를 배웅해 주었다.

Obninsk로 도움을 준 모녀(안젤리카?와 나타샤)

Obninsk에 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는 역에서 나오면서 동양에서 온 듯한 한 사람을 보았다. 문득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목적으로 Obninsk에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에게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내 생각이 맞았다. 이 사람은 태국에서온 Pungkun, Vithit씨였다. 

Obninsk 역

Pungkun, Vithit씨와 함께 나는 버스(노란색 밴으로 12루블)를 타고 출장 목적지인 ISTC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버스에서 만난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아주머니가 상당히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버스료, 우리가 내릴 정류장 등을 잘 알려주어서 편리했다. (버스에서 내려 반대방향으로 가기도 했지만..)

ISTC 숙소

러시아 출장의 최종 목적지 ISTC에 오후 3시쯤 도착했다. 도착하니 프론트에 숙소가 배정되어 있었다. 처음 배정된 방은 하루에 약 2800루블(하루 10만원 정도)로 나에게 너무 비싸 좀 더 싼 방으로 재배정을 요구해 방을 옮겼다. 옮긴 방은 하루 1600루블 정도였다.

나의 방 (LG 브라운관 TV와 냉장고가 구비되어 있다)

먼저 짐을 풀고나니 점심도 못먹고 해서 허기가 졌다. 호텔 프론트에 어떻게 어떻게 물어 식료품점을 찾아가 빵, 음료, 과일을 사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호텔 프론트에 있는 분들도 영어를 잘 못하셨다. 다행이도 식료품점은 호텔에서 멀지 않았다.)

호텔 프론트 주변에는 다행히 무선인터넷이 되었다. 호텔 2층 로비에서 아이폰으로 무사히 도착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회사와 가족에게 메일을 쓰고 있는데 한 동양인과 마주쳤다. 이 사람은 베트남인으로 ISTC에서 원자력 연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오브닌스크에서 머무른지 9개월정도 되었으며 연수는 6년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베트남에서 한 서른명정도가 와 있다고 했고, 러시아어도 배우고 있었다.) 이 베트남분이 저녁먹고 오브닌스크를 안내해주겠다고 제안을 해 고맙게 그러기로 했다.

허기도 때우고 한국에 연락도 대강한 이후에 시간이 좀 남아 호텔 식당 이용 등 이용방법을 알아보고자 로비로 갔다. 나는 내 숙박비에 포함된 식사가 있는지 (보통 호텔에서 아침식사는 그냥 제공되기도 한다) 물어보고 싶었으나 당시 호텔 근무자와 잘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대화를 시도하다 서로 지쳐가자 호텔 근무자는 나를 호텔 식당에 데리고 가 그냥 식사를 하나 시켜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비용도 묻지 않았다.

이렇게 밥을 한끼 얻어먹고 아까 약속한 베트남분과 함께 호텔근처 오브닌스크를 한바퀴 돌아 보았다. 근처에는 오브닌스크에서 개발된 최초의 핵잠수함과 함장의 동상, 시민들이 많이 나와 쉬는 분수광장, 2차 세계대전 전사자 추모 성화 등이 멀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오브닌스크 지도

오브닌스크에서 하루일과는 보통 아침 8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났다. 캐나다 에드몬튼(북위 53도)과 비슷한 위도에 있는 오브닌스크(북위 55도)는 여름해가 정말 길었다. 밤 10시가 되어도 바깥이 훤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일과가 끝나도 도시 여기저기를 다닐 수 있는 많은 시간이 있었다.

일과가 끝나고 그 베트남분이 안내해준 곳을 나중에 말레이시아와 인도에서 온 사람들에게 다시 내가 안내해주면서 다녔다. 안내해주면서 다니는데 왠 러시아 사람이 내 어깨를 치면서 러시아말로 뭐라고뭐라고 하였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그냥 마주보기만 했다. 그 러시아인 그러더니 자기 갈 길을 갔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일행과 함께였기 망정이지 혼자였다면 정말 무서울 뻔 했다.

2차 세계대전 전사자 추모 성화

분수광장 거리

분수

분수에서 노는 아이들

분수에서도 노는 아이들

핵잠수함 기념비

오브닌스크에서 또 가볼만한 곳은 플라자란 대형 쇼핑몰이었다. 내가 있던 곳에서 플라자까지는 한 2km 정도로 걸어서 한 20분에서 30분 가량 걸렸다. 별로 살 것은 없었지만 나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고 플라자를 걸어서 다녀오곤 했다.

플라자 가는 길

플라자 가는 길

플라자 가는 길

플라자 가는 길

플라자에 가서는 그냥 러시아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기념품으로 사갈만한 물건이 없는지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플라자 1층 한쪽에 초를 파는 가게를 보게 되었다. 여기에는 각종 초뿐 아니라 도자기로 된 예쁜 캔들하우스도 함께 팔고 있었다. 캔들하우스가 예쁘기도 하거니와 아내가 초를 좋아해 선물로 사다주면 매우 좋아할 것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는데 혹시 먼 길을 가져가다 보면 깨지지 않을까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선듯 사지 못하고 플라자에 갈때마다 구경만 하였다. 그런데 가서 볼때마다 사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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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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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ong Ho

Lee, Jeong Ho
Biography: Bachelor: Computer Science in Korea Univ. Master: Computer Science in KAIST Carrier: 1. Junior Researcher at Korea Telecom (2006 ~ 2010) 2. Researcher at Korea Institute of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Contro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