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옮기면서 그동안 정이든 사택을 나와 작년 이맘때쯤 사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택은 원칙적으로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대전 근교에 주택이 없는 사원에게 삼년동안 제공해준다. 결혼하던 해 2월 사택에 입주한 나는 그해 6월 부터 아내와 이사를 하였다. 입주한지 2년 6개월이 되는 이번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첫이사를 할 계획이다.
사택에 들어가면서도 삼년후에 이사를 해야한다는 사실에 난 좀 불안했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다. 어렸을 때 애가 셋이나 있다고 전세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으시던 부모님을 보고 자란 영향인지 내 집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니던 회사가 서울로 사람을 많이 보내고 있었지만, 아내가 대전에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대전에 살 집을 하나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금융위기가 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었을 때, 아내와 나는 대전의 아파트들에 대한 위치와 시세에 대해서 조사했다. 그 결과 만년동 상아아파트가 위치나 가격이 가장 우리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2009년 6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두었다.
당시 계획은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2년후 2011년 7월까지 전세금을 반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저축해서 이사를 나가는 것이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규정상 2011년 2월말에 이사를 나가야 하나 6개월정도의 말미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판단해버렸다.
그러던 계획이 올해(2010년) 내가 이직을 하면서 수정할 수 밖에 없이 되버렸다.
큰 문제는 전세계약이 아직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운좋게도, 이직을 하기 얼마전에 세입자로부터 연락이 있었다. 직장이 너무 멀어서 이사를 가야겠는데 자기를 대신할 세입자를 구해주면 안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다가 세입자가 이사갈 비용이 없어서 안되겠다면서 세입자의 이사계획이 무산된 일이 있었다. 세입자에게 이사비용을 아내와 내가 부담하는 제안을 했고, 운좋게도 그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두번째 문제는 전세금 반환! 가진 돈에 비해서 세입자에게 반환해야하는 전세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전세금을 반환하기 위해서 부모님, 장인장모님, 여동생으로 부터 고맙게도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괴정동 사택에서 만년동 상아아파트로 첫 이사를 실현!
이사 (괴정동에서 만년동으로)
이사를 갈 아파트에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95년도 지어진 이 아파트는 전 집주인이 2009년까지 14년을 죽 살았고, 이후 세입자가 잠시 살았다. 그런데 이 세입자란 사설경비업체에서 직원들 사택용으로 전세를 얻어서 사원들을 입주시켰다. 들여놓은 가구가 별로 없고 해서 그런지 장판은 깨끗했고 벽에 못도 하나도 박힌게 없었다. 하지만, 주방가구와 화장실은 최악이었다. 주방가구는 오래된 데다가 청소가 되지 않아 지저분했다. 화장실은 변기, 세면대, 욕조 어느 하나 말쑥히 청소된 것이 없었다. 아마 1년 내내 한번도 청소를 할지 않은 듯했다. 천정은 곰팡이가 쓸어 볼 수 없는 상태였고, 문은 습기로 썩어서 아랫부분 1/3이 떠 있었다. 안방화장실은 조금 상태가 나았지만 별반 차이가 없었다. 반면에 베란다는 벽에 페인트만 좀 손보면 될 정도로 타일과 나머지는 깨끗했다.
아파트가 처음 지어질때 부터 있는 주방가구
(화장실 사진은 보시는 분을 생각하여 게재 하지 않음)
베란다
자금이 없어서 집수리에 좀 회의적이던 나도 이런 집 상태를 보고나서는 수리하기로 마음을 돌려먹었다. 아내와 나는 화장실과 주방 정도만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수리는 아래와 정도로 하기로 했다.
- 화장실 수리 (타일 교체, 변기 및 세면대 교체, 거울 및 수건 수납장 교체, 문 교체)
- 주방 수리 (주방가구 교체, 주방타일 수리, 개수구 수리)
- 현관 타일 교체
그리고 아래 사항들은 직접 하기로 했다.
- 베란다 페인트 칠
- 문 페인트칠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아는 분들에게 아파트 수리에 대해서 경험담을 좀 조사한 후에 몇군데 정도 견적을 내 보았다. 첫번째는 이사갈 아파트 근처의 인터리어 업체 사장님과 아파트를 둘러보고 견적을 내보았고, 두번째는 인테리어 업체가 밀집해있는 남선공원근처의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가 견적을 내보았다. 비슷했다.
인연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다가 한 인테리어업체 사장님(주방가구만 하는 업체였던가 보다)으로 부터 화장실은 자기한테 맡겨도 되지만 화장실 전문 업자에게 맡기는게 싸고 낫다란 말을 들었다. 내가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욕실천사"라는 업체를 소개시켜주셨다. (대전 충남지역에서 화장실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업체, http://www.bathangel.co.kr/) 나는 통화를 통해서 주방과 화장실을 따로 맡길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 견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비교해보고자 했다. 주말에 붙박이장을 알아보기 위해서 가구점을 다니다가 한 가구점 사장님(우아미가구 사장님)에게 주방가구 이야기를 하게되었는데, 그 사장님이 주방가구는 주방가구를 만드는 공장에 가서 하는게 가장 저렴하다면서 카라주방이라는 주방가구 공장을 하나 소개시켜주셨다.
이렇게 알게된 두 업체, 욕실천사와 카라주방에 각각 견적을 내보기로 했다. 두 업체에서 각각 이사갈 아파트를 방문해서 견적을 내주셨다. 그런데 카라주방에서 주방을 보러 오신 두분으로부터 욕실공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되었다. (이 두분이 방문하러 오신 날 실장님과 대화하느라 죄송스럽게도 약속시간보다 한 30분을 늦었다.) 한 타일전문 매장에서 타일을 고르면 타일공사를 할 인부를 소개해주어 아주 저렴하게 욕실을 공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분이 주방에 대해서 내주신 견적도 맘에 들었고, 서글서글한 두분의 인상과 솔직해보이는 태도도 맘에 들었다. (견적을 낼때 다른 모든 업체들은 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견적금액에 대한 협상에 응했다. 한마디로 깎는 것이 가능했는데, 카라주방 사장님은 완고했다. 안깎아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에 드는 견적이었고, 사장님의 이런 태도도 솔직해보였다.)
다음은 화장실! 알게된 동양타일이란 곳을 찾아가서 측량한 화장실의 크기를 말씀드렸더니 일반적인 견적을 타일값과 인건비를 나누어 뽑아주셨다. 아 이금액이 욕실수리의 최하 가격이구나하는 감이 왔다. DIY를 선호하는 나의 취향과도 맞았다. (인테리어업자는 몇가지 욕실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고, 고객이 그 디자인 중에 하나를 고르면 그것을 기반으로 타일과 도기를 사고 공사업자에게 공사를 시키는 그러한 구조였던 것이다. 우리는 그 인테리어업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그만큼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주방가구는 카라주방를 통해 욕실공사는 동양타일을 통해 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첫날은 이 수치를 기반으로 많은 타일의 종류를 둘러보기만 했고, 카라주방을 방문해서 주방가구의 디자인을 선택했다. (이날 아내가 감기를 나에게 옮아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 다음주에 동양타일을 방문해서 타일과 도기(세면대와 변기), 욕실가구를 고르고 계약을 했다. (인테리어업자가 뽑아준 견적과 같은 금액으로 욕조와 세면대를 훨씬 좋은 것으로 할 수 있었다.) 돌아오면서 카라주방을 방문해 주방가구 교체일을 잡았다. (같은날 붙박이장도 계약을 했다.)
각 작업의 스케줄은 아래와 같이 잡았다.
8. 10: 주방가구 철거, 욕실 철거 (장수설비, 010-3208-9098)
8. 11: 타일 공사 (송용철사장님 011-02-5258)
8. 12: 쉼 (타일 양생)
8. 13: 욕실 공사 (장수설비, 010-3208-9098)
8. 20: 주방가구 교체 (카라주방, 010-7407-0440)
8. 21: 붙박이장 설치 (한샘인테리어, 042-538-0377)
전화로만 타일을 어떻게 어떻게 붙여달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이 의사가 정확히 전달되었는지가 좀 불안했다. 아내도 주방타일을 세로로 다이아몬드 형태로 붙여달라고 말씀을 드렸냐고 나에게 몇번 확인을 했다. 타일은 한번 붙여서 굳으면 다시 공사하는게 힘들었기 때문에 타일 공사하는 날에는 점심때 시간을 잠시 내서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에 잠시 들러 보았다. (더운데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몸 챙기면서 하시라고 인삼드링크를 사서 갔다.) 우려와는 달리 말씀드린대로 잘 공사를 하고 계셔서 안심했다.
타일 공사중인 주방
공사 중인 거실 화장실
공사 중인 안방 화장실
우려했던 타일공사보다는 욕실공사에 자잘한 문제가 많았다. 욕실공사를 한 8월 13일 저녁에 아파트에 들러보았더니 거실화장실에는 세면대가 없었고, 안방화장실에는 수건장이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세면대 재단이 정확히 되어 오지 않아서 공사를 하지 못했고, 수건장은 좌우가 바뀐 것이 배송되어서 교환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음날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에 안면도로 운전해서 가고 있는데, 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안방화장실의 환풍기 코드가 없어 환풍기 설치를 할 수 없다는 것과 세면대도 뭔가 맞지 않아서 설치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불안불안했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 다음날 아파트에 가보니 그런 문제들을 다 해결하시고 설치를 다 해놓으셨었다. 그런데, 욕조의 옆면 접착이 잘 되지 않아서 8월 24일 다시 붙여 주셨다.
새 주방가구
공사가 끝난 거실화장실
공사가 끝난 안방화장실
(아내를 위한 예쁜 세면대가 포인트)
화장실 공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집 청소를 했다. 퇴근하고 아파트에 들러서 두세 시간씩 청소를 했다. 욕실공사와 주방타일을 교체하느라 거실과 주방바닥은 길거리보다 더 지저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방가구 교체공사가 남아있어서 거실바닥과 주방바닥을 쓸기만 했다. 주방가구 공사를 하기전에 욕실과 방 청소를 했다. 동생과 함께 방바닥을 세탁세제로 물청소를 했다. 20일 금요일에는 혼자서 (동생은 친구들과 피서갔다) 넓은 거실바닥과 주방바닥을 물청소했다. 바닥을 물청소를 해놓으니 좀 살 수 있는 집다워져서 기뻤다.
21일(토)에는 안방에 붙박이장을 설치했다. 사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오래 살 집으로 이사를 가면 그 집에 맞는 장을 살 계획으로 장을 사지 않았다. 고민 끝에 한샘 붙박이장으로 골라 안방에 설치했다. 한샘에서 설치해주시는 분들이 벽과 천장에 붙박이 장을 천장과 벽사이에 종이 한장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꼭 맞게 잘 설치해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붙박이장
22일(일)부터 24일(화)까지는 앞뒤 베란다에 페인트 칠을 직접 했다. 다행히 장모님 회갑 명목으로 회사에서 이틀 휴가를 얻을 수 있었다. 페인트가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하기 힘들어 대강 수성 페인트 두통을 샀다. 아이보리색으로 벽을 칠할 생각으로 노란색 안료도 한통 샀다. 페인트 한통에 비하여 안료가 너무 적어 보여서 처음에 페인트 한통에 안료 한통을 다 넣어서 섞어 보았더니 색깔이 너무 노랗게 되었다. (작은 안료 한통의 위력은 보기보다 대단했다.) 그래서, 큰 통에 노란색 안료를 넣은 페인트와 나머지 넣지 않은 페인트를 모두 넣고 섞었다. 색상이 고르게 섞이도록 섞는것도 힘들었다. 22일은 매우 더워서 샤워를 하면서 페인트 칠을 했다. 23일(월) 부터는 다행히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고 해서 선선해서 일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페인트를 칠해놓으니 집이 깨끗하게 달라보였다.
페인트 칠 중인 뒷 베란다
마지막으로 28일(토) (혹은 29, 일 정확히 언제 했는지 생각이 안난다.)에 거실화장실과 안방화장실의 문을 교체했다. 두 화장실의 문이 습기때문에 부식이 심해서 교체하여야만 했다. 카라주방 사장님이 열린창호란 곳에서 문 제작을 주문할 수 있다고 해서 기존의 문의 크기를 측량해서 제작의뢰를 했다. 하나에 7만원 하는 문 2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문을 달아주는데 공임이 문 하나당 3만원이라고 했다. 처음에 나는 문을 다는 공임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여 직접 달아볼까 했으나, 문을 다는 작업을 직접 지켜본 결과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닳았다.
문을 다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문틀이 완벽한 직사각형이 아니어서 문을 일단 문틀에 맞게 대패로 깎아서 맞추어야 했고 (문을 깍아서 문틀에 맞춰보고 다시 대패로 깍아 내고 하는 작업을 몇번씩이나 하셨고, 그 소음으로 아래층 할머니가 올라오셔서 불평을 하기도 했다.), 문 손잡이 부분에 구멍을 정확히 뚫어야 했으며 경첩을 설치할 부분도 오차없이 깍아 내야 했다. 그래야 문이 문틀에 설치되었을 때 부드럽게 열고 닫길 수 있었다. 문을 달때도 기술이 필요했다. 문 다는 공임 3만원은 비싼 것이 아니었다. 장비와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문 파기
문 걸기
이사갈 집의 전망
오룡동의 카라주방
대전 동구 인동의 동양타일
대전 오정동의 열린창호
이사갈 집을 준비하면서 나는 평소에는 몰랐던 집안의 인테리어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살 집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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