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우리는 영원히 대답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질문을 좀 바꿔서 인생에 있어서 보람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답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우리에게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을 쫒아서 우리 인생을 이끌어간다.
워낭소리의 할아버지는 일생동안 어떤 보람을 쫒아서 살아오셨을까? 소를 아내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할아버지의 마음 씀씀이로부터 그 보람을 쫓는데 할아버지의 소는 커다란 역할을 했음을 어렵지않게 엿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보람은 아마도 9남매르 잘 키우는 것 그것이었을 것이다. 9남매가 장성하여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의 할아버지의 인생의 보람은 무엇이었을까? 무슨 보람이 그리도 할아버지 자신과, 이제 그만 편하게 살고자 하는 할머니, 그리고 20년 남짓하는 평균 수명을 훌쩍넘겨 40살이 된 소를 고된 농사일을 계속하게 만들었을까?

삶의 관성!
자식들이 커가는 것을 위안삼아 견디어 온 힘겨운 논일, 밭일, 소먹이는 일이 자식들이 장성한 후에는 그 자체가 보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자식을 키우는데 도구였던 소가 자식이 큰 후에는 자식이 되었고, 이제 자식이 된 소를 잘 먹이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다 큰 자식이 먹을 농작물, 밭작물에 농약치기를 한사코 거부한 것은 아닐까?

노쇠한 할아버지, 고혈압으로 가시지 않는 두통을 이기느라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해도, 워낭소리만 들리면 자식이자 친구가 되어버린 늙은 소 생각에 잠시 고통이 잦아드는지 눈을 뜨신다.

고된 논일, 밭일이 인생의 보람이 되어버린 할아버지, 소를 친구이자 자식으로 삼은 할아버지를 걱정한 할머니와 장성한 자식들이 소가 없으면 할아버지의 고된 인생이 편해질까 소를 팔라고 조른다. 그 성화에 못이겨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는 40년이나 된 늙은 소를 데리고 우시장에 간다. 인생의 보람인 소를 500만원 밑으로는 안판다는 할아버지를 장사꾼들은 비웃는다.
늙은 소는 그해 겨울, 긴 생을 마감한다. 겨울을 나려고 할아버지가 해놓은 나무를 마른 몸으로 집안 가득 옮겨 놓고, 큰 눈을 껌뻑이며 그렇게 힘을 다했다.
고생? 사람들과 할머니는 소가 불쌍하다고 한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고생을 한다고.. 고생이 없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소의 눈길에서 느껴지는 저 다정함은 무엇일까?

소가 남기고 간 워낭을 든 할아버지의 손이 힘없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할아버지와 소가 공유한 것과 같이 아름다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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